일본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 구조적 혁신이 만드는 성장 기회
최근 일본 출장 중 두 곳의 주요 언론사(My navi, 일본 net 경제 신문사)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공통된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일본 이커머스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에서 B2B 이커머스 CRM 솔루션을 운영하며 여러 국가의 커머스 환경을 비교해 온 입장에서, 저는 지금의 일본을 아주 흥미로운 전환점에 서 있는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거래액이 늘어나는 수준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정책·소비자 행동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변화 중에서도 세 가지 포인트!
- 시장 규모
- 이커머스 침투율
- 물류 혁신
을 중심으로 일본 이커머스의 성장 기회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 일본 이커머스 시장 규모
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 2023년 일본 B2C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24.8조 엔
- 전년 대비 9.2% 성장
- 2021년 20.7조 엔에서 꾸준히 증가
- 전체 소매 판매의 약 9.4%를 차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급격한 성장 이후, 성장률은 다소 안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을 앞지르는 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중장기 전망은 더욱 긍정적입니다. 여러 리포트에서는 일본 이커머스 시장이 연평균 7~10%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8년에는 약 339조 엔(약 2,6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바라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단순한 거래액이 아니라 이용자 보급률입니다. 2023년 기준 약 78.5%의 일본 소비자가 이커머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90%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높은 소득 수준과 스마트폰 보급률(약 89.5%), 여기에 구매력 있는 고연령층의 온라인 편입이 결합되면서, 일본 이커머스는 “천천히, 그러나 매우 두터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Results of FY2023 E-Commerce Market Survey Compiled
- 【2023年のBtoC-EC】市場規模は24.8兆円で9.2%増。物販系は14.6兆円で4.8%増、EC化率は9.38%
- 電子商取引に関する市場調査 BtoC-EC市場24.8兆円 経産省 経済産業省|日商 Assist Biz
2. 이커머스 침투율 상승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요인

일본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아직 10% 미만이지만, 상승 여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쇼핑 문화의 인식 전환입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쇼핑 문화가 강했습니다. 직접 가서 보고, 점원의 설명을 듣고, 천천히 고르는 경험을 선호했죠.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의 편리함과 안전성을 경험했고, 이제는 일상적인 채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고령층의 디지털 전환입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이지만, 동시에 가처분 소득이 높은 시니어층이 매우 두텁습니다. 이들이 스마트폰과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간대 지정 배송, 편의점 픽업은 고령층의 온라인 쇼핑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기능을 합니다.
셋째, 플랫폼 서비스의 고도화입니다.
Amazon Japan은 20개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와 수십만 대의 로봇을 기반으로 익일·당일 배송 영역을 지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Rakuten은 Japan Post와 합작을 통해 공동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며 아마존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고, Yahoo/PayPay 역시 결제·포인트·검색 트래픽을 엮어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르포] 아마존, 日서 첨단 로봇·AI로 초고속 물류망 구축…"K뷰티도 새 판매 활로"
-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일본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단순 채널 전환을 넘어 인구 구조까지 바꾸는 수준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3. 물류 혁신: 일본 이커머스의 게임 체인저
일본 이커머스 시장을 이야기할 때 제가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물류(Logistics)입니다. 단, 한국식 ‘속도 경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혁신입니다.
3-1. 물류 2024 문제로 드러난 구조적 한계
일본은 오랫동안 “물류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커머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가 많았습니다.
-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택배 인력 부족
- 문 앞 배송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한 높은 재배송률
- 단독주택, 골목길이 많은 도시 구조로 인한 낮은 라스트마일 생산성
여기에 2024년부터 시행된 트럭 운전사 시간외 노동 규제가 더해지면서, 일본 전체 화물 처리량 대비 약 14%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 혁신 없이는 성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 셈입니다.
- 知っていますか?物流の2024年問題 | 全日本トラック協会 | Japan Trucking Association
3-2. 정부 주도의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
이 지점에서 일본 정부는 물류를 국가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드론 완전 자율비행(Level 4) 허용
- 도서, 산간 지역에서 드론 실증을 통해 배송 시간 70% 단축
-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자율주행 화물차 전용 차선 도입 추진
- 중소 상점의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동배송 모델 지원
- 물류센터 로봇·AI 설비 도입 시 세액 공제 및 보조금
한국이 민간 주도의 혁신이라면, 일본은 정부가 구조 개편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기업들이 그 위에 솔루션을 얹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 Japan looks to drones to solve its last-mile logistics problem
- How an automated highway could help Japan's logistics industry
3-3. 기업들의 스마트 물류 경쟁과 편의점 픽업 생태계

기업 측면에서 보면, 물류는 이미 플랫폼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Amazon Japan은 DeepFleet AI로 로봇 이동을 최적화해 처리 속도 10%+ 개선
- Rakuten은 Japan Post와 합작해 판매자에게도 고품질 배송 옵션을 제공
-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는 편의점 픽업, 무인 포스트를 통해 전국 단위 라스트마일 허브로 성장
특히 편의점 픽업은 일본형 물류 혁신의 상징입니다.
문 앞 배송에 대한 거부감을 해결하고, 24시간 언제든 수령 가능하며, 재배송 비용을 크게 줄여 줍니다. 일본 특유의 생활 인프라와 소비자 심리에 딱 맞는 해법입니다.
- “Guide to Understanding Japan’s Delivery System: Efficient Tips for Foreigners” – Visitinsidejapan
3-4. 일본 소비자 니즈에 최적화된 배송 경험
한국과 일본의 중요한 차이는 배송 경험에서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는가 입니다.
- 한국: “얼마나 빨리 올까?”
- 일본: “언제 정확히 받을 수 있을까?”
일본 소비자는 속도보다 시간대 확실성, 수령 편의성, 안전성을 더 중시합니다. 그 결과, 일본 이커머스는 시간대 지정 배송 + 편의점 픽업 + 락커 + 드론/로봇을 조합한 다층적인 물류 UX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4. 왜 지금 일본 이커머스 시장이 B2B CRM에게 중요한가
B2B CRM 솔루션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저는 일본 이커머스의 다음 단계를 이렇게 봅니다.
- 시장 규모는 이미 충분히 크다.
- 침투율은 아직 더 올라갈 여지가 크다.
- 가장 큰 병목이었던 물류는 구조 혁신을 시작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맞물리면, “거래액 성장 × 고객 경험 고도화 × 데이터 활용”이라는 세 가지 파도가 함께 옵니다. 물류 효율이 개선되고, 플랫폼과 브랜드가 더 정교한 배송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그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고객 데이터 기반의 CRM, 세그멘테이션, 개인화 마케팅입니다. 이는 한국 이커머스 성장 사례와도 매우 유사합니다.
- 어떤 고객이 어떤 배송 옵션을 선호하는지
- 어떤 세그먼트에서 반복 구매와 LTV가 높아지는지
-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고연령층, 젊은층에 각각 더 효과적인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업이 일본 이커머스의 다음 10년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단순히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라, 구조적 혁신을 통해 더 깊고, 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넘어가는 시장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B2B CRM과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기회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이번 일본 출장과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